보이스피싱 사기 당했어요. ㅜㅜ - 소 잃더라도 외양간 고쳐야 한다.
오늘 갑자기 국민은행으로부터 자동 음성전화가 휴대폰으로 왔다.
보통때 같으면 자동음성은 무시하고 확 끊어버리기가 일수인데 오늘은 다 들어야만 했다.
"고객님! 토요일 강남롯데백화점에서 168만원의 거래가 이루어졌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쭈뼛해지며 등골이 오싹해져 잠시 석상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가지도 않은 백화점에서 결제라니???
아마도 액수가 커서 국민BC카드쪽에서 자동음성을 넣었던 모양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전화에서 들려오는 음성이 사용내역 관련 문의 사항이 있으면 번호를 누르란다.
바로 지정한 번호를 누르니 결제 확인 과정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신고처리 하겠냐는 여성 상담원의 전화를 받았는데,
주민등록증이나 면허증 같은걸 잊어버린적 있느냐고 묻는다.
그런적 없다고 하자 그럼 인터넷을 통해 신용정보가 노출되서 사고가 발생한거 같으니까
전화를 끊고 잠시 기다리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부처에서 전화를 할거란다.
잠시후 사이버수사대인듯한 곳에서 전화가 왔다.
일단 신용카드 사용정지와 더불어 한도조회 등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단다.
신용카드 어떤게 있느냐고 묻고는 마그네틱선에 개인번호가 입력되어 있는데 위험하니 그걸 다 바꿔야 한단다.
전화 끊지 말고 먼저 국민은행 현금지급 단말기로 신용카드를 꼽고 현금을 인출할수 있을만큼 다 찾으란다.
한도만큼 현금서비스를 받았다 하니 다음엔 역시 전화기를 끊지말고 신한은행으로 가란다.
10분 정도를 부지런히 걸어 은행으로 갔다. 혹시 이러는 중에도 누군가 카드를 사용할 수 있으니 서두르란다.
신한은행 카드단말기 앞에 도착하니,
지갑속에 있는 신한카드란 카드는 다 꺼내어 체크를 해보란다.
여기서도 시키는대로 현금서비스를 한도만큼 받았다.
카드는 더이상 사용해도 소용없게 만들라는 것이다.
그런다음, 내 명의로 가상계좌를 만들었으니 불러주는 계좌로 입금하란다.
처음엔 외국계은행으로 단말기 사용 안내를 해주는데 내가 중간에 무슨 실수를 했는지 전송이 안되었다.
전화기에선 잔액조회를 해보란다. 해보니 돈이 그대로 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농협으로 전송을 해보란다. 버튼 찾고 시키는대로 누르느라 정신이 없다.
더구나 현금으로 찾은 돈이 부피가 커 입금 시키는 것도 쉽지 않아 정신을 쏙 빼놓는다.
전송이 다 되었다 하니 이제 하루 정도 지나면 카드결재건은 깨끗하게 처리가 될거란다.
그리고 24시간 뒤엔 다시 전송한 돈은 원위치 시켜준단다.
또 사건을 해결하는 24시간 동안은 신용카드 사용도 하지 말란다.
아까 농협에 만든 가상계좌를 믿고 전화를 끊었다.
1시간 가까이를 이것저것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그치만 카드대금으로 날아갈뻔한 168만원을 지켜냈다는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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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집으로 와 커피를 한잔 마셨다.
저녁도 챙겨 먹고 TV를 보면서 컴퓨터도 켰다.
아까 쓴 사기관련글에 리플이 달렸다고 네이버 소식창이 알려준다.
리플을 읽어내려가다 중간 뒤퉁수를 얻어맞은듯한 충격이 느껴지는 글이 눈에 띄었다.
"형 큰일났다. 보이스피싱에 낚인것 같아"
순간, 반전 있는 스릴러의 결말을 본 사람처럼 머릿속이 하얘지며 얼어붙고 말았다.
그제서야 낮에 내가 겪은 일의 전모가 낱낱이 파악 되는 것이었다.
자동음성으로 들려온 '백화점에서 카드로 결재된 내용을 확인하겠냐'는 것이 피싱의 떡밥이었고,
마지막 농협으로 보낸 돈이 사기의 궁극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린후,
이미 늦었겠지만 혹시 모르니 각각의 은행으로 전화를 했다.
상담원 연결은 영업시간에 하라는 멘트가 이때만큼 얄궂게 들린적이 없던것 같다.
이것저것 선택하다 보니 어찌어찌 해 상담원과 연결이 돼 사건 경위를 이야기 하고 조치를 취해달라 요청했다.
마지막 입금을 했던 농협 쪽으로도 전화를 걸어 지급정지 요청을 하고 112에 신고도 했다.
얼마 뒤 찾아온 경찰관들은 같이 경찰서로 동행하거나 아니면 다음날 아침 경찰서로 가 신고를 하란다.
다음날 경철서로 찾아갈거라 하고 돌려보냈다.
이 글을 보는 누군가는 '바보같이 그걸 당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내 일이 되면 아무생각 안난다. 당해보니 알겠다.
평소 인터넷 서핑은 물론 홈쇼핑에도 일가견이 있고 컴퓨터나 휴대기기 등도 문제 없이 척척 다루어내는
평범한 보통인간인 나 정도의 기준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신도 충분히 보이스피싱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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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어제 발생한 사건이다.
오늘 동작경찰서에 사건신고 처리를 하고 왔다.
수사관 하는 말이 이런 경우 거의 찾기 어렵다 한다.
입금후 5분도 안되어 인출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나 역시도 이미 포기하고 경찰서를 찾아간 것이다.
혹시 나의 경험이 또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사례가 될까 싶어서...
두 시간 가까이 사건의 경위를 설명하고 관련 은행 등에 전화를 걸어 확인과정을 거쳤다.
점심 식사를 하고 오후에 농협에 갔다. 사고 관련하여 경찰서에서 받은 서류를 제출하러...
창구에서 내용을 설명하고 서류를 제출하니, pc를 통해 관련 내용을 입력한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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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직원 하는 말,
"고객님 아직 출금을 하지 않았는데요."
아~~~ 나 세상 착하게 산걸 알고 하늘이 돕나보다.
절차상 몇일 기다려야 입금한 돈을 회수할 수 있다는데도 날아갈것 같이 기분이 좋다.
뉴스를 보니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의 피해금액을 회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새롭게 법이 제정되었다 한다.
그렇지만 어떤 법도 맹점은 있게 마련이다.
사기꾼들이 해외에 있고 사기 당한 돈도 해외로 송금이 되어버리면 거의 찾기 힘든게 현실이다.
부디 이글 읽는 모든 사람은 사기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시길...